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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성공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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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모습

요즘 J는 아주 시크한 모습으로 지낸다. 이게 무슨 문제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신기할 정도 상냥한 J가 시크해지니 주변에 J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 모습에 지나치기 어렵다. J의 일이니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이라고 여기서 설명할 수 없지만 왠지 내가 지금 겪는 위기와도 비슷한 것 같다. 내 경우 그동안 머리 아픈 일들이 있었다. 회사 내에서 일을 잘할 수 있는 방향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 인간적인 관계, 그리고 그 와중에 패스트레인을 하는 것 모두 밀도 높은 일들이라 대충 할 수 없다.

이것들의 목적은 각각 아주 분명했기 때문에 정신없이 태풍에 견디느라 오히려 우울할 틈이 없었다. 오히려 생존본능이 올라가 다른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반대로 진짜 위기는 태풍이 지나간 후 고요하고 햇빛이 비추는 시점이다. 참 이상하게도 진짜 위기는 태풍의 모습이 아니라 고요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문제 해결만이 답이 아닌 이유

결론적으로 문제가 잘 해결되었음에도 위기가 된 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저 문제 해결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면 나는 이러한 보상을 가질 수 있겠지, 기대할 수 있겠지 이런 생각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다 해결하고 보니 그 부분이 확신이 없다. 전에는 그것 때문에 못하는 거라고 할 수 있었는데 치우고 나니 그것 때문이라고 할 만한 핑계를 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진짜 더 큰 위기가 온 것이다.

애초에 이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안된다? 그럼 어떡하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노력했었나 현타가 온다. 어제 하루 동안 아주 고요한 하루를 보냈다. 내게 시비 거는 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전보다 높은 인정도 느껴졌다. 그런데 현타가 온 것은 내가 처음부터 원하는 것이 상대의 인정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인정을 통한 내가 원하는 형태의 '보상'이다. 그러니 나한테는 진짜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투명한 장벽

이런 시기를 J가 더 먼저 겪었다. 사실 내가 현타가 오면서도 엄청 나락까지 안 떨어지는 것은 예전에 이런 경험들을 종종 했기 때문이다. 당장 원하는 모습이 아니지만 현재 제대로 바르게 쌓고 있다면 언젠가 돌아온다는 믿음, 아직까지는 돌아왔기 때문에 그런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지금 J가 힘든 것은 그 믿음이 아직 없는 상태에서 현재 겪는 위기를 버티고 있다. J가 시크하고 침착해진 것은 그것에 대해 일희일비하면 견디기 힘들거라 생각해서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피하지 않고 현재를 견디고 있다. 그런데 나는 진짜 놀랬던 것이 J는 이전까지 이런 모습을 보인적이 없다. 그러니까 지금 J의 선택은 아주 낯설다. '위기'에 대해 오랫동안 참고 보고 있다.

J의 강점인 빠르게 이해하고 습득하고 결론까지 내리는데 그동안 '위기'의 상태에서도 동일했다. 어제 이야기해보니 J는 이 위기에 대해 빠르게 결론 내리기보단 조금 더 진득하게 대면하기로 한 것 같다. 나는 그런 선택이 너무 신선하고 미안하게도 신났다.

J가 눈 앞에 세워진 장벽보다 더 무서운 투명한 장벽을 마주한 것이다. 투명한 장벽은 투명해서 장벽같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 파급력이 지금까지 해온 것을 한 순간에 다 내려놓을만큼 더 무시무시하다.

 

이 위기는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나 또한 J와 마찬가지로 투명한 장벽 앞에 있다. 최근에 문제가 해결한 뒤 오히려 이상한 불안감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것을 해결해야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니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생긴다.

그러니까 진짜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어디까지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 온전히 내 선택과 에너지로 결정된다. 불순물이 사라져 핑계도 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과가 초라하거나 원하지 않는 모습일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제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와의 싸움이라 하는데 그 문장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이 위기가 말하는 것

사람은 모두 자유롭게 주체적으로 살고 싶고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한다. 막상 그렇게 생활하거나 선택한 적 없이 해보라 하면 무섭고 하기 싫다. 아마 지금 나도 말은 주체적인 나, 자유로운 나로 살고 싶다 하지만 그 관문 앞에 서니 마음이 약해졌던 것 같다.

예전에 1000번 실패해도 다시 노력해서 성공했다는 말에서 핵심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고 성공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내 해석은 틀린 것 같다. 실패해서 일어난 것이 대단한 게 아니라 1000번의 실패를 만들어 낸 게 대단하다.

우리가 겪는 위기들은 애석하게도 우리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 퀘스트처럼 빠르게 주어진다. 사실 이 위기는 우리가 만들었다. J는 동의할 수 없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이 위기를 넘긴다해도 어차피 우리는 또 다음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을 것 같다. 정말 위기라는 것은 다음으로 가는 기회이자 반대로 나가떨어지게 하는 두 가지 모두 다 포함되어있다.

 

나는 위기때 우리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살짝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최근 회사 내에 나는 큰 위기를 겪고 문제가 원하는 쪽으로 잘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살면서 걷다가 픽하고 쓰러졌다. 그래서 그동안 내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던 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걸 선택했는데 그러면서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니 진짜 원하는 것들이 하나씩 손에 쥐어질 듯 말 듯 하다. 그러니까 위기가 오고 일어섰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지만, 다음 달에 이 위기를 통해 무엇이 변화했는지 바로 글을 쓸 예정이다. [참고 : 실패에 견딜 수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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